/ 노을풍경 (김순자)
아주 가끔은
모든것을 비워내고 텅빈 생각중에
마음의 흔적들을 꺼내 보고싶다
홀로의 조용한 시간이면 마음은
고향 언저리에 아련한 추억속에 서성인다
그 옛날 지금쯤 고향에 툇마루에 앉아서
손톱끝에 봉숭아 꽃물을 들여 주셨던 어머니
밤이면 키만큼 자란 들풀들을 베어다가
긴긴 여름날 밤 아버지가
앞마당에 모기불을 놓아 주셨던
정겨웠던 고향의 내음들
이렇게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날엔
툇마루에 앉아 밤 하늘에 별을 헤며
오손 도손 이야기 꽃을 피우던
그 어릴쩍 고향이 그리워지는 걸까
세월의 나이를 더할수록
그때의 기억은 왜이리
엇그제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걸까
가을산에 뛰어 오르며 은행이며 밤송이
그득하게 굴러 다니던 내고향 산천들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산골의 맑은 개울물
눈을 감아도 언제나
정감스럽고 아늑하게 그려지는 고향의 정경들
언제나 꿈속처럼 눈안에 아련하게
마음속에 끝없는 인생의 그림자로
걸어온 발자국 위에
고운 추억으로 언제나 마음 한켠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