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술 / 옮김
사랑과 술은 잘 하면 명약이요,
잘못 하면 독이라.
술을 마시면 육체를 잠재우는 마약이지만,
사랑을 마시면 영혼까지 잠재우는 명약이 됩니다.
술에 취하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만,
사랑에 취하면 오장육부까지 이불 속으로 숨습니다.
술은 여러 명을 불러 모으길 좋아하지만,
사랑은 한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은 불편해 합니다.
술은 미움도 곱게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사랑은 한 번 미우면 다시는 마주하길 싫어합니다.
술은 여러 명에게 나누어 줄 수 있지만,
사랑은 한 사람 밖에 줄 수가 없습니다.
술은 나누어 마셔도 되지만,
사랑은 나누어 마시면 칼부림이 납니다.
술을 마시면 용기와 힘을 만들지만,
사랑을 마시면 용기와 힘이 빠지게 합니다.
술에 취해 넘어진 상처는 치료되지만,
사랑에 취해서 넘어진 상처는 평생을 갑니다.
굶주린 허기를 채우는 것은 술이요,
마음을 아름답게 살찌우는 것은 사랑입니다.
술에 취하면 해장국으로 치유가 되지만,
사랑에 취하면 의사의 처방전도 없는 불치병입니다.
술은 강철도 녹이는 힘이 있지만,
사랑은 마음마저 녹이는 심통술이 있습니다.
술은 나누고 베푸는 이해심이 많지만,
사랑은 혼자만 아는 속이 좁은 이기주의입니다.
술에 놀아나면 어른 애도 못 알아보지만,
사랑에 놀아나면 물도 불도 분간을 하지 못합니다.
술은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속이 쓰리지만,
사랑은 지나지게 차고 넘치면 가슴이 아픕니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가정에 대화를 만들지만,
사랑을 아름답게 하면 시인의 교과서를 만듭니다.
[차 한잔의 風景]
비는 쉴새없이 내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쓸어 내릴 듯
무서운 기세로 퍼붓는다.
어둠으로 가리워진 세상을
모두 쓸어 내리려는 듯
그렇게 내리고 있다.
그렇게 비는 나를 가둔다.
그리고 침묵하게 한다......
 
건배 나훈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