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의미하는 것은
꽃은 먹지도 못하고, 이내 시들어 버리는 것이기에
꽃을 가까이 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낭비고 순간적인
쾌락일 뿐이다. 그러나 꽃을 바라보며 향기를 맡는
여성적인 행위의 순간, 삶을 위한 투쟁은 중단되고,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감상하는 순간처럼 순수한 기쁨
자체만 얻게 된다.
금방 시들어 버릴 것이기에 그림을 소장하는 것처럼
소유의 만족도, 요리처럼 탐욕을 채울 수도 없지만
그 순간은 서정시를 읽는 심성으로 돌아와 다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는 순수하게 정화된 기쁨만을 갖는다.
꽃은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 그런 마음을 받는 것이다.
우리에게 꽃이 의미하는 바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꽃을 바치는 것은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신성한 생명을, 그것도 가장 찬란히 꽃핀 순간을 희생
으로 바치는 것이다. 우리가 꽃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비록 그 신성한 비밀까지는 아니어도, 생명이 가장 찬란
하게 펼쳐진 절정을 잠시나마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씨앗의 목적은 꽃을 피우기 위한 것이지만, 꽃이 피는
것은 후손에게 유전자를 전달하여 의미 없는 생명이
지속되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삶의
기쁨이 가장 활짝 핀 절정의 순간인 것이다. 꽃은 식물
들의 생식기관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치장하고 오감을 유혹하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ㅡ'풀잎 위에 알고리즘(Algorithm) / 김병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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