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한 톨의 알곡 최명운
시월 자욱한 새벽안개 강을 거슬러 산 중턱까지 용트림이다 한 줌 햇살이 퍼지면 황금물결 이룬 벼 이삭에 내린 이슬방울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갈대도 억새도 가을바람과 춤을 출 것이고 한데 어울려 황홀하게 했던 단풍 한 잎 두 잎 낙하할 것이다 부지런히 일한 사람에게 충분한 대가가 보장되는 시월
얻는 것이 있으면 내려놓는 것을 가르쳐 주는 계절 풍성한 들녘에서 피둥피둥 살찐 참새들의 만찬 시월은 한 톨 알곡에서 하나의 이파리에서 세상 이치를 배운다
한밤 한밤 지나 머지않아 찾아올 내일, 내일의 희망을 예약한다 지나온 시간처럼 머물지 못하고 또 오늘이 갈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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