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00억원대 사재(私財)인 서울 명보아트홀(옛 명보극장)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을 문화예술계에 기증키로 한
신영균(82) 신영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가 가장 아끼는 재산이자 내 재산의 기반이 된
명보아트홀을 사회에 돌려줘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검은 양복에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맵시 있게 맸고 몸매도 날렵했다.
호쾌한 음성, 매력적인 웃음도 전과 다르지 않았다. "
스카라극장, 국도극장 다 허물었잖아요.
명보극장도 팔라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것마저 헐어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여기서 '빨간 마후라'도 개봉했고 '연산군'도 개봉했으니까요."
명보극장은 그가 젊은 시절 구입한 '명보제과'가
훗날 성장해 이뤄진 성과다.
신 이사장이 내놓은 재산은 문화재단을 만들어
문화예술계 인재를 발굴·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재단이사장은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영화감독)이 맡고,
이사진에 신 이사장의 장남인 신언식 한주AMC 회장과
김두호 영화평론가가 내정됐다.
원로배우가 500억원대 부동산을 내놓자
세간에서는 "도대체 재산이 얼마기에"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신 이사장은 "김수용 감독이 나만 보면 '재벌'이라고 하는데
명보극장이 내 전 재산의 30% 정도"라고 했다.
그의 재산이 1500억원가량 된다는 뜻이다.
신 이사장은 제주방송의 1대 주주이며 SBS의 주주이기도 하다.
영화계가 놀란 이유 중 하나는 신 이사장이
워낙 '짠돌이'로 이름났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흔히 그를 "커피 한잔, 자장면 한 그릇 안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런 소문을 들었다"며 "바쁘게 살다 보니
제대로 베풀지 못한 것 같고,
절약이 몸에 배어 있어서 그런 모양"이라며 웃었다.
그는 '신우회'라는 원로배우 오찬모임을 월 1회 열고
명절엔 선물도 보내고 있다.
2006년 그는 부인 김선희(76)씨와
금혼식(결혼 50주년)을 맞았다.
호텔을 예약하고 가족과 친지, 영화인들까지
모두 초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주일 전 예약을 취소하고
대신 조선일보사에 불우이웃성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
돈을 화려하게 없애버리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한 그릇이라도
나누는 게 좋을 것 같더군요.
그때 굉장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지난 1월 아이티 지진 때는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를 기부했다.
신 이사장은 "나를 아껴주고 잘 살 수 있도록 해준 분들께
조금이나마 되돌려 드린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