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인생이겠는가,
근심만 가득 차,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양이나 젖소처럼 나뭇가지 아래 서서
물끄러미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면서 다람쥐가 풀밭에
도토리 숨기는 걸 볼 시간이 없다면
한낮에도 밤하늘처럼 별 가득 찬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미인의 눈길에 돌아서서 그 아리따운
발걸음을 지켜볼 시간이 없다면
눈에서 비롯해 입으로 곱게 번지는
그 미소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참 딱한 인생 아니랴,
근심만 가득 차,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영국시인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의 '여유(Leisure)'입니다.
아무리 잠깐 눈감았다 뜨면 변하는 바쁜 세상살이라고 해도
마음의 여유는 필요한 것입니다.
몸이 바쁠수록 마음속엔 여유로움을 담으며 좀 더 천천히,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지내는 것이 잘 살아내는 것이고 좋은 삶입니다.
마음이 바쁘면 아무리 좋은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듣기 좋은 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으며 몸만 힘들게 합니다.
하루에 몇 번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마음에 여유를 담아내는 지혜입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발목 잡혀 허둥대고 마음만 급해 어쩔 줄 모르기보다는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무겁게 하는 근심걱정을 툴툴 털어내 가볍게 하고
한껏 게으름도 피워보고 평소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던
작은 것들에게 시선을 돌려보기도 하고 귀도 건네면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마음속엔 자연스레 여유가 깃들 것이고 발걸음 또한 더뎌질 것입니다.
눈에서 시작된 미소가 입까지 번지는 그 짧은 시간동안만이라도
마음에 여유를 담아보는 좋은 날,
느리게 천천히 살아가는 즐거움과 기쁨을 맛보는 하루이길 바랍니다.
잘 지내세요.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