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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중국 변화 대응하는 다윗의 새 전략 

 
 안현호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중국은 2013년 기준 수출 세계 1위, 무역규모 세계 1위, R&D 투자규모 세계 2위에 오른 명실상부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으로 세계경제에 첫발을 내딛는 중국은 지난 30년간 전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성장하며 세계경제의 골리앗이 됐다. 이제 중국의 큰 발걸음은 세계경제를 휘청거리게도 할 뿐만 아니라 가장 근접한 한국의 경제와 산업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그런데 최근 중국 골리앗의 성장판에 경고등이 켜진 듯하다. 임금이 급상승하고 노동력 수급이 빠듯하며 투자 효율성이 급격히 저하되는 등 전형적인 요소투입형 성장에 한계를 보이면서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 기반의 성장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여 경제·산업 전반에 걸쳐 총요소 생산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은 그동안 수출과 투자에 대한 편식에 따라 몸집은 거대하나 매우 불균형적인 모습으로 성장해왔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는 교역상대국에 대한 과도한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대내적으로는 과도한 투자를 조정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의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편 이처럼 중국이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산업적으로는 결국 14억명의 인구를 배경으로 하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향후 제조업 조립완성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변화는 앞으로 약 30년간은 지속될 초장기적 트렌드로 세계경제 지도를 변형시키고 한국의 경제성장과 산업 발전, 특히 우리의 선진국 레이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골리앗과 다윗의 이야기에서 약자인 다윗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싸움의 규칙을 바꿔 그의 약점을 이용했다. 그렇다면 중국 골리앗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다윗의 전략은 무엇인가. 먼저 중국과의 관계를 양자 간 경쟁과 결투가 아니라 전략적 보완관계로 전환시켜야 한다. 즉 중국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이라는 다윗에 의지하도록 만드는 한편, 중국의 변화에 편승해 중국 경제·산업 성장의 과실을 한국이 일정 부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은 앞으로 조립완성품을 위주로 세계 최고의 제조업 기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골리앗의 주특기로 맞서기보다는 아직 중국이 취약한 부분인 부품·소재·장비가 한국의 무기가 돼야 한다. 중국의 산업발전에 필요한 부품·소재·장비를 공급하게 된다면 이는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중국은 향후 30년 이내에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등극하면서 시장지배력이 훨씬 더 강해져 전세계적으로 골리앗의 식욕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 내수시장의 협소함과 정체를 극복하는 한편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골리앗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소비시장을 공략해나가야 할 것이다. 중국은 14억명 인구의 초거대 국가로서 향후 오랜 기간 6~7% 내외의 경제성장을 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이다. 1시간반 거리에 있는 한국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선진국이 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다면 선진국 레이스에서 이탈해 중국의 주변국에 머물고 말 것이다. 다윗의 슬기로운 전략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