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IT 연구팀, 쥐의 기억 조작 성공…'토탈 리콜' 가능해지나? > 공지사항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쥐의 기억을 조작해내는데 성공해 영화 '토탈 리콜'에서와 같은 기억 조작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7일 미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MIT의 신경과학자들은 광유전학(Optogenetics)이란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해 쥐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의 기억을 기쁨과 편안함의 기억으로 바꿀 수 있으며 반대로 기쁨과 환희의 기억도 불안과 공포로 바꿀 수 있다고 이날자 과학잡지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혔다.

이들의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한 치료 등에 이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우울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는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매사추세츠 앰허스트 대학의 데이비드 무어맨 교수(심리학 및 뇌신경과학)는 "언젠가는 특정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상상해 보라. 공상과학소설 속의 경지에 한 단계 더 가까와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쥐의 뇌 속 뉴런에 빛을 낼 수 있는 발광(發光) 단백질을 주입한 뒤 이 쥐들에게 약한 전기자극을 가하거나 수컷 쥐들을 암컷 쥐들과 함께 지내게 함으로써 나쁜 기억과 좋은 기억이 발동할 때 뉴런이 활성화되는 패턴을 관찰했다.

그런 다음 전기자극을 받은 수컷 쥐들을 암컷 쥐와 함께 있게 하거나 암컷 쥐들과 함께 지낸 수컷쥐들에 전기자극을 가하면서 이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뉴런이 활성화되도록 한 결과 이전의 기억들이 감소하는 것을 밝혀냈다.

MIT의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로저 레돈도를 지도해 연구를 이끈 도네가와 스스무는 좋은 기억을 자극해 나쁜 기억을 감소시키는 심리 치료의 길을 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레돈도도 이 연구를 통해 특정 기억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장기 기억과 감정적 행동을 조적하는 해마와 외부 자극을 정서적으로 평가하는데 관여하는 편도체 등 두 곳에서 뉴런의 작동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해마의 뉴런에서는 감정의 변화가 이뤄질 수 있었지만 편도체의 뉴런에서는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딘버러 대학의 뇌신경학자로버트 모리스는 "이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다"면서 아마도 편도체는 외부 자극을 신속하게 이해하고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평가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리켄 뇌과학연구소의 뇌신경과학자 조수아 요핸슨은 이 연구가 불안장애와 같은 질병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초기 단계이며 질병이 아닌 정상적 행동에 대한 연구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만일 나쁜 기억을 보다 즐거운 기억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정실질환에 대한 치료제나 유전자 치료 등의 방법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의 광유전학 기술은 뇌 속에 광섬유 와이어를 주입해야 하는 등 인간에게 적용하기에는 아직 적절치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네가와는 오늘날 기술의 발전은 매우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며 이미 그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